Page 74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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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어졌는데 스님과 종백두(宗白頭:1085~1153)스님만이 꼼짝하
            지 않고 남아 있었다.스님은 속으로 생각하기를,참선이란 본래

            생사와 대적하는 것이니 어찌 이러한 난리로 도망할 수 있겠는가,
            또한 나의 몸은 허약하니 피난을 간다 해도 도중에 잡힐 것이 아
            닌가 하였다.폭도가 쳐들어와 보니 대중들은 모두 떠나갔는데 오

            직 혜휘스님만이 법당 안에 앉아 좌선을 하고 있기에,다투어 가
            며 화살로 쏘았으나 모두 맞지 않았다.혜휘스님은 고요히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는데 마지막 화살 한 개가 스님의 소맷자락을

            뚫고 궤짝에 맞는 통에 스님은 놀라 깨어났다.이로부터 스님은
            사지를 덜덜 떠는 병을 얻게 되었다.종백두는 창고에 앉아 있었
            는데 도적이 그를 발견하고 결박지어 쏘아 죽이려 하자,한 직세

            승(直歲僧:회계를 맡아보는 스님)이 곁에 있다가 그들 앞으로 다가
            서며 자기를 대신 죽여 달라고 여러 차례 간청하니,도적이 그에

            게 물었다.
               “너는 저 사람과 어떤 관계냐?”
               “ 이 스님은 참선을 해 마친 분이다.뒤에 큰 선지식이 되어 세

            상에 나아가 중생을 제도하실 터이지만 나는 참선을 터득하지 못
            하였으니 죽는다 해도 괜찮은 사람이다.그래서 대신하고자 한다.”

               도적들은 그의 말을 기특하게 생각하여 두 사람 모두 풀어 주
            었다.
               후일 종백두가 명주(明州)취암사(翠巖寺)의 주지로 있을 때 그

            의 도가 크게 떨치게 되었다.지난날 목숨을 대신하겠다던 자도
            그의 회하에 있었는데,종백두는 항상 그 사람이 자신을 다시 낳
            아 준 부모라고 하였다.진실로 참선하는 이에게 바른 발심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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