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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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부처를 뽑는 과거장이니 마음을 비워 급제하고 돌아간
            다.오늘 서로 만난 이곳에,자,무엇이 서로 만난 일인가?”

               밀암스님이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다시 말하였다.
               “하루 온종일 너를 노려보는 놈이 네 머리통을 베어가려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또다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으니,드디어 좌구(座具)를 집어
            던지면서 고함을 질렀다.
               “저 원수놈을 만나 죽이지 않고 언제까지 이처럼 기다릴 텐

            가?”
               그래도 아무런 기색이 없자 물러서면서 “예,예,예”세 차례
            말하고서 다시 말하였다.

               “도적놈 우두머리,원달리마(袁達李磨)를 잡아왔습니다.명령을
            내리십시오.”

               이때서야 밀암스님은 주먹을 세워 보이면서 “명을 받아 곤두박
            질이나 치거라”하고는 나가 버렸다.밀암스님은 방장실로 들어가
            면서 법회를 마치고 대중에게 말하였다.

               “아까 왔던 그 놈,이빨은 칼 숲 같고 입은 피 바가지 같았으
            며 손에 잡은 한 가닥 실오라기는 쇠채찍[鐵鞭]같았는데 이 늙은

            중이 한 차례 얻어맞았노라.너희는 각별히 조심하여라.”
               이로부터 철편(鐵鞭)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으며,6년 동안 소
            임을 바꾸지 않고 스님을 시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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