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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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上 37
我手佛手 糞箕掃帚
拈起便行 誰分先後
내 다리 당나귀 다리
걸음걸음 밟아 나아가다가
허공을 밟았구나
마음 내키는 대로.
我脚驢脚 步步踏着
踏破虛空 一任卜度
사람마다의 태어난 인연은
지붕 틈새로 하늘을 바라보는 격
어젯밤 진흙소가 날뛰면서
금강역사를 거느리고 발광하더구나.
人人有箇生緣 屋漏望見靑天
昨夜泥牛勃跳 帶累金剛發顚
응암(應庵)스님이 이 게송을 보고서,“참으로 황룡(黃龍)의 골수
를 얻은 후손이다”하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또한 죽비자(竹篦子)를 송하였다.
반년 동안 출정하여 옛 요새에 머무르노니
장군의 말 한 마리 의기도 드높았지
겹겹이 쌓인 성은 무너졌는가
부질없이 관문만 지키며 꼼짝을 못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