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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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101
앙산사(仰山寺)설암(雪巖)스님의 법제자이며 독실한 수행이 있었
으므로 생사 도리를 규명하려는 천하의 선승들이 기꺼이 그를 따
랐다.그 중에는 몇 명의 비구니가 있었는데 그들 또한 그 앞에
나아가 제자 명단에 끼어 대중을 따라 설법을 들었다.
그런데 무뢰한들이 스님에게 소임을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스님이 비구니를 가까이하여 사사로이 난행을 범하였다고 무고하
였다.스님은 항주로 추방되어 오백가(五陌家)에 구금되었는데 어
느 날 저녁 아무런 병도 없이 입적하였다.이에 다비를 하니 정교
하고 아름다운 사리가 빛났으며,무고한 자는 도리어 처벌을 받았
다.영은사(靈隱寺)의 평산(平山)스님은 그의 법을 이었다.
61.젊은 패기에 휘둘린 시자,너그럽게 봐주지 않은 스승/
설암(雪巖)스님과 무준(無準)스님
앙산사 설암(雪巖)스님은 무주(婺州)사람이다.마음가짐이 남달
리 뛰어나 상대할 만한 사람이 아니면 사귀지 않았다.젊은 시절
경산사 무준(無準)스님을 찾아뵈었는데 때마침 범종을 주조하여
그에게 소(疏)를 청하자 스님은 게송을 지어 주었다.
온 몸통이 오직 하나의 입인데
백 번 달군 풀무 속에 물 흐르듯 흘러나온다
범종소리 농울져 석양을 돌려보낸 뒤에
또다시 밝은 달을 누대 위로 오르라 재촉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