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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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2)













               온 서중(無慍恕中)스님은 호구(虎丘)스님의 8대손으로서 큰 도량에
            앉아 법을 설하고 중생을 제도하여,승속 모두에게 귀의할 바를 제시해
            주었다.그의  이회어(二會語) 는 무상거사 송렴(無相居士 宋濂:明代
            學者)이 서문을 쓴 바 있지만  산암잡록(山菴雜錄) 에 대해서는 서문이
            없었는데 스님의 큰제자 쌍림사(雙林寺)주지 현극 정(玄極頂)선사와 전
            남명사 주지 운중선(韞中瑄)스님이 함께 나를 찾아와 서문을 청하였다.
            나는 한두 차례 훑어본 후 현극스님과 운중스님에게 말하였다.

               “지난날  이회어(二會語)를 읽어보고 감탄해 마지않았다.어쩌면 그
            렇게 천 갈래 강물이 한 근원에서 흐르듯 세찬 문장력을 구사했는지,어
            쩌면 그렇게 천지를 뒤흔드는 천둥번개처럼 번뜩이는 필치를 휘둘렀는

            지,어쩌면 그렇게도 다듬은 흔적을 찾을 수 없이 막힘 없고 원만하게
            써 내려갔는지,어쩌면 그렇게도 가지와 덩굴을 잘라 버려 쓸모 없는 말
            이 없으면서도 구별[町疃:밭두덕]을 초월하여 정식(情識)의 경계에 떨
            어지지 않았는지!그것은 아마도 참다운 불법에서 흘러나온 문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이쪽저쪽에서 주워 모아 문장을 구사하는 자들과 비교해
            보면 어찌 구만 리 차이뿐이겠는가.그의 말을 통해 그의 깊이를 살펴보
            면 그는 부처와 보살의 경지에 이른 분이시다.그러나 후인을 격려하고
            자 간간이 제창하신 법문은 불법의 요체를 밝히고 자신의 큰일을 끝마치
            는 것으로 목적을 삼으셨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널리 미쳐 줄 수 있는

            겨를이 없었다.그런데 이제 이 책을 살펴보니,위로는 조정에서부터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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