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P. 12
을과 시장거리 및 아래로는 산림 속에 이르기까지 인물,행적,사실,문
장 등을 선하다고 써야 할 곳과 그렇지 못한 곳,옳다고 써야 할 곳과
그렇지 못한 곳,마땅히 이래야 할 곳과 그래서는 안 될 곳,우수하다고
써야 할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을 빠짐없이 써 놓고 있다.이로써 선을 권
장하기도 하고 악을 징계하기도 하니,유학자․불교도․도교인․관리․
은거한 선비․늙은이․어린이․부귀한 자․비천한 자․상인․예술가․
백정․농사꾼,그리고 나아가서는 부녀자와 가마꾼 노비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 되었다.
자비의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면 한 치의 땅도 덮어 주지 않는 곳
이 없고,불법의 비가 줄기차게 내리면 한 포기 풀잎까지도 적셔 주지
않는 곳이 없고,해와 달이 동쪽에서 솟아 서쪽으로 기울 때 어두운 거
리를 비춰 주지 않는 곳이 없으며,위로는 하늘이 덮어 주고 아래로는
땅이 실어 주어 모든 생명을 붙잡아 주지 않는 게 없다.이 책을 지으신
마음도 이와 같아서 대자대비로 일체 중생을 가엾게 여기사 많은 방편으
로 교묘히 인도하여 삿됨과 망녕됨을 버리고 참다운 지혜에 어둡지 않도
록 하니,차이가 없는 평등이란 이런 것이다.부처님 같은 스님의 자비가
여기에 있기에 참으로 부처와 보살의 지위에 이른 분이라 한 것이다.
이 책을 한 번 보고서 훌쩍 돈오(頓悟)한다면,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
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하여 무엇이든 권하고 징계하는 데에 이르게 되
고,권하고 징계하지 않는 것이 없는 데에서 다시 권하니 징계하니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