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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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스님이 입적하자 불광스님은 세상에 나와 정주 보조사(普照
            寺)의 주지가 되어 해스님의 법을 이었다.그 후 죽각암(竹閣菴)에

            은거하면서 낙천(洛川)지방에 보이다 안 보이다 하니 사람들은
            그의 행적을 헤아릴 수 없었다.스님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를 범인이라고 한다면 나는 성인의 자리로 갈 것이며,나를
            성인이라고 한다면 나는 범인의 자리로 가리라.나를 성인도 범인
            도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너희들의 눈동자와 콧구멍 속으로 수없

            이 거꾸러지며 들어가리라.”
               태화(泰和)5년 5월 13일 아무 병 없이 서거하였는데 그가 살
            던 집 위에 오색 구름이 일산처럼 뒤덮인 가운데에 해같이 둥글

            고 붉은 빛이 세 개나 나타났었다.당시 스님의 나이 55세였다.




               6.돼지 잡아 손님 대접하다가/하산사(何山寺)노승



               오흥(吳興)하산사(何山寺)의 노승 모(某)스님은 마음대로 권력
            을 휘두르며 대중을 업신여기고 평소 행실이 바르지 못한 데다가

            더욱이 살생을 좋아하였다.
               어느 날 손님을 대접하려고 돼지를 잡아 머리를 먼저 솥에 넣

            고 삶으면서 고기가 익었는가를 직접 가서 살펴보는데 언뜻 사람
            머리 하나가 보였다.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며 펄펄 끓는 가마
            솥 속에 머리카락이 뒤엉켜 험악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노승은 그 모습을 보고서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며 몸둘 바를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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