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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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력을 업고 비행을 일삼다가/휘동명(輝東溟)



               휘동명(輝東溟)은 황암(黃岩)사람이며 우승상 의방(義方)의 부
            인이 그의 어머니다.이 때문에 세력을 빙자하여 선배를 멸시하였
            다.영석사(靈石寺)연 일주(蓮一舟)스님은 용상사(龍翔寺)소은(笑

            隱)스님에게서 법을 얻고 선정원(宣政院)의 명을 받아 그 절 주지
            로 있었는데 동명은 그를 밀쳐내고 주지로 앉았으며,또한 홍복사

            (鴻福寺),안국사(安國寺)두 사찰을 돈으로 사서 한 몸에 세 곳의
            주지를 겸하면서 마음대로 비행을 일삼았다.
               어느 날 밤 술에 취해 잠자다가 깨어 보니,영석사의 가람신이

            나타나 도깨비를 시켜 그의 목을 누르고 무릎으로 허리춤을 짓이
            기고 꿇어앉힌 후 사정없이 곤장을 치고 이어 그의 이름을 부르
            면서,“종휘(宗輝)는 이제부터 감히 절 재산을 훔치지 않을 것이오

            니,신이여!저를 용서해 주십시오.신이여!저를 용서해 주십시
            오”라고 애걸하는 것을 보았다.그 후 3년 만에 그는 죽고 말았다.




               9.말세의 신심/주(周)씨 노파와 전자중(田子中)



               은현(鄞縣)보당시(寶幢市)의 주씨(周氏)노파는 일생 동안 정토

            수행을 닦았다.매년 정초가 되면 묵언을 하며 정월이 다 가도록
            꼬박 눕지 않았고 5월이 되면 사람이 모여드는 정자에 나가 차를
            끓여 주면서 한여름을 보냈다.그의 나이 70여 세가 되던 어느 날

            저녁,큰 연꽃잎이 보당 마을 전체를 덮고 그녀가 손에 염주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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