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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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23
랐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가서 보자 하니 그것은 돼지머리였다.
노승은 그 일을 계기로 잘못을 뉘우치고 선행을 닦게 되었다.
7.청정(淸淨)에 걸린 장애를 깨고/조문민(趙文敏)
조문민공(趙文敏公)이 항주의 관아에서 적조(寂照)스님을 방문
하여 차를 마신 후 근래에 자신이 지은 시를 거론하였는데 그 가
운데 ‘이 청정의 업장을 깨닫고 나니[了此淸淨障]’라는 구가 있었
다.스님은 그에게 물었다.
“청정함에 어찌 업장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 때묻고 더러운 것을 싫어하여 청정을 좋아하는 그것이 업장
아니겠습니까?”
“ 나는 그대를 한림원의 한 사람으로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의관을 갖춘 스님이었구려.”
“ 어머니께서 나를 낳으시던 날 밤,스님 한 분이 방으로 들어
오는 꿈을 꾸셨다고 하는데,나는 평소 선종의 향상기연(向上機緣)
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경전의 가르침에 관한 것은 읽기만
하면 대의를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