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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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29


                 언제나 다하려는지 알 수 없구려.
                 龍姿鳳質出王宮 垢面灰頭下雪峰
                 誓願欲窮諸有海 不知諸有幾時窮



               여기서 설산(雪山)을 설봉(雪峰)이라 바꿔 쓴 것은 운(韻)자에
            구애된 것이지만,이곳(중국)에 설봉이라는 이름이 이미 알려진 이
            상,설산을 설봉으로 쓴 것은 잘못된 성싶다.이렇게 해서 완전하

            지 못하게 되었다.
               이어 또다시 말하였다.
               “허주(虛舟普度)스님이 금산사 주지로 있을 때 눈이 내리자 상

            당법문에서 송을 하였다.


                 하룻밤 사이 강바람 불어 옥가루 휘날리니

                 고봉은 희지 않아 정신을 흔드네
                 공중에서 내려왔다가 공중 따라 올라가니
                 뼛속에 사무치는 추위 몇이나 겪을꼬.
                 一夜江風攪玉塵 孤峰不白轉精神
                 從空放下從空看 徹骨寒來有幾人



               학인들이 앞다투어 이 송을 암송하고 있으나 허주스님은 옛사
            람이 말한 참뜻을 몰랐으며 학인들도 으레 잘못 이해해 오고 있

            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스님께서는 “옛사람의 송에,‘눈이 천산에
            덮였는데 어째서 고봉은 하얗지 않나[雪覆千山 因甚孤峯不白]’한

            말은 한마디 전어(轉語)였는데 허주스님이 고봉은 실제로 하얗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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