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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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먹듯 하며 인과의 죄보를 개의치 않는데,이 이야기를 들으면
반드시 행동을 고칠 것이다.
22.중년에야 뉘우쳐 계행을 닦다/청차 일계(淸泚一溪)스님
경산사(徑山寺)한 노스님의 법명은 청차(淸泚)이며,법호는 일
계(一溪)이다.젊은 시절에 계율을 지키지 않고 음식을 가리지 않
다가 중년이 되어서야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살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어느 날
아침 덧없는 저승사자가 밀어닥치면 어떻게 쫓아 버릴 수 있겠는
가?”
마침내 모아 두었던 의복과 재물을 모두 거두어 보경사(普慶寺)
동편에 관음당(觀音堂)을 짓고 청정한 계행을 닦으면서 정토에 왕
생하기를 기원하였다.그 뒤 몇 년이 지나 손수 금강반야경을 쓰
다가 ‘3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라는 구절에서 붓을 쥔 채로 반
듯이 앉아 입적하였다.
지정(至正)정유(1357)에 북쪽 오랑캐가 보경사와 부근의 민가
를 불태웠으나 관음당만은 그대로 있었다.부처님 말씀에,선악의
응보는 마치 그림자나 산울림 같다고 하셨는데 어찌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