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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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47
25.사재를 용납치 않은 주지/동산사 노산(魯山)스님
동로산(東魯山)은 사명(四明)의 사람으로 인품이 강직하고 탐욕
스럽지 않아 사람들은 그를 남달리 공경하였다.
세간에 나와 동산사(東山寺)의 주지가 되자 공부할 때 모아 둔
자기 재물을 모조리 쓸어다가 동산사 토목공사에 써서 얼마 후
집들이 새로워졌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등창이 생겼다.곁에 있던
승려들이 훌륭한 의원을 불러들여 치료하자고 권하였지만 말을
듣지 않고 오직 편안히 앉아 절의 많은 일들을 처리하였다.그는
또한 자신이 죽으면 장례에 필요한 옷과 물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절 재산에 넣으라고 하니 그 절 승려들은,스님께서 새로 받아들
인 제자가 십여 명이나 되는데 만에 하나라도 스님께서 돌아가신
다면 상복 하나 마련할 길이 없다고 하였으나 스님은 듣지 않았
다.또다시 간청하자 그제서야 한 사람마다 곡식 한 섬을 나누어
주도록 하였다.스님이 열반하자 대중들은 슬픈 마음을 금하지 못
하였다.
곰곰이 살펴보니,요즘 스승의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대개가
새로 주지를 맡게 되면 소작인을 모두 모아 놓고 소작문서를 뒤
바꾸면서 돈을 받아 절 비용에 충당하고 또한 날짜를 정해 놓고
이자를 거둬들이며 죽을 때 가서는 온갖 물건을 자기 측근에게
나누어주므로 장례를 치른 후엔 으레 절 재산에 손해를 끼친다.
아!노산스님과는 큰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