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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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39
오늘이 사흘이면 내일은 나흘
머리 위엔 눈서리 쉽사리도 얹혀지네.
工夫未到方圓地 幾度憑闌獨自愁
今日是三明日四 雪霜容易上人頭
공부에 뜻을 둔 자가 이 게송을 들으면 모두 분발하게 될 것이
다.그는 이렇게 정성으로 사람을 감동시켰으니,비유하자면 비상
이란 그 자체가 독이어서 먹는 사람은 다 죽는 것과 같다.
18.주지로 정해지는 인연
송 도종(宋 度宗:1265~1274)은 몽고군의 공격이 치열하자 도
사에게 명하여 큰 제사를 마련하고 하늘에 글을 올려 국가 중대
사를 물었다.그 당시 고(高)도사가 하늘에 상소를 올렸지만 오랫
동안 대답을 듣지 못하였다.제사를 끝마친 후 그 까닭을 묻자 고
도사는,하늘 문이 열리지 않은 것은 경산사의 48대 주지를 정하
는 일로 하늘의 대답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호암(虎岩)스님이 경산사 주지로 있을 무렵 적조(寂照)스님은
수좌로 있었는데 호암스님은 항상 법좌에서 이 일을 들추어 대중
에게 자랑하였다.
“주지라는 이 자리가 어찌 우연으로 48대까지 이르겠는가.그
것은 당연히 하늘에서 이미 정해 놓은 것이다.”
적조스님은 그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 아니라고 생각하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