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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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하는데 누군가 그의 행동이 촌스러운 것을 보고서 뒷전에서
수군대자 스님은 분발하여 그 이튿날 바로 천목사(天目寺)중봉(中
峰)스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하였다.침식을 잃고 힘을 다해 참
구하였으며,밤이 이슥하여 잠이 몰려와 물리치기 어려우면 어두
운 바닥에 염주를 뿌려 놓고 몇 번이고 발로 더듬어 찾아내곤 하
였다.그러나 오랫동안 정진하였지만 깨친 바 없었다.당시 동주
(東州)스님은 호구사(虎丘寺)에,고림(古林)스님은 개선사(開先寺)에,
동서(東嶼)스님은 풍교사(楓橋寺)에 주지로 계셨는데 스님은 소주
(蘇州)를 찾아가 세 노스님의 문하를 두루 출입하여 점차 깨달음
의 경지에 다가갔다.그 후 용화사(龍華寺)의 주지가 되어 고림스
님의 법을 이었으며 93세에 육왕사(育王寺)에 가서 횡천(橫川)스님
의 부도를 지켰다.그러던 어느 날 평지에서 넘어져 왼쪽 발목을
삐어 걷지 못하게 되자 항상 평상에 앉아 달 밝은 밤이면 낭랑히
옛 분들의 게송을 읊었는데 제자 환(渙)스님이 물었다.
“일생 동안 참선하다가 이제 와서는 그것을 쓰지 못하고 도리
어 게송을 읊어 마음을 달래십니까?”
“ 듣지도 못하였느냐?대혜(大慧)스님이 병환으로 신음할 때 곁
에 있던 사람들이 ‘일생 동안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하더니만
이제 이처럼 되었습니다’하자 스님께서는 ‘어리석은 자의 신음은
이렇지 않더냐?’하신 말씀을.”
환스님은 절을 올렸다.스님이 입적하여 다비를 하자 남다른
향취가 사람의 코를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