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8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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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죽는 날까지 능엄경을 읽다/여 일암(如一菴)스님
여 일암(如一菴)스님은 영가(永嘉)사람이며 속성은 원씨(袁氏)
다.그가 태어나기 5일 전 그의 아버지가 꿈을 꾸었는데,한 스님
이 불경을 가지고 왔기에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자 오운산(五雲山)
에서 왔다 하며,성이 무엇이냐고 묻자 은씨(殷氏)라 하였다.이름
은 무엇이냐고 묻자 또다시 성이 은씨라고 대답한 후 5일 후에
반드시 다시 오겠다 약속하고 경전을 그의 집에 놓아 두고서 신
표를 삼았다.약속한 그날이 되자 과연 스님이 태어났는데 머리가
우뚝 솟고 눈빛은 사람을 쏘았다.15세에 방산(方山)스님에게서 공
부하여 종지를 얻었으며 보복사(保福寺)의 주지로 있다가 서간암
(西澗菴)에서 10년 은둔하니 명망이 날로 높아만 갔다.
스님은 어린 나이에 마음을 내어 수능엄경을 암송하다가 제5권
까지 읽고는 피를 토하는 병으로 더 할 수 없었다.그 후 쾌차되
던 어느 날 밤 꿈에 읽지 못한 나머지 부분의 경을 보았는데 모두
가 금자(金字)로 씌어 공중에 펼쳐 있기에 목청을 돋구어 경문을
읽어 가다가 잠을 깨었는데 남아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
다.이 때문에 스님은 다시 능엄경을 암송했으며 이 경 하나만으
로도 넉넉하다고 하여 죽는 날까지 그치지 않고 매일 한 차례씩
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