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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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45


               23.다른 말씀 없으시고/백운사(白雲寺)도(度)스님



               처주(處州)여수현(麗水縣)백운산(白雲山)백운사(白雲寺)도(度)
            스님은 화정사(華頂寺)무견(無見)스님의 문하에서 오랫동안 공부
            하였으며 일평생 굳건히 정진하여 언제 어디서나 뛰어났다.그는

            말 일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구차스럽게 법어를 청하는 학인
            이 있으면 그저 몸소 대사(大事)에 진력하라는 한마디뿐 다른 말

            이 없었다.
               근래 절에서 주지하는 이들은 옛사람의 말을 긁어모아 자기 말
            인 양 떠들어대며 후학의 정신을 뽑아 놓는다.그러다가 눈 밝은

            사람이 따지고 들면 흡사 도적놈이 주인집 물건을 훔쳐 다시 주
            인집에 팔려다가 훔친 물건이라는 증거가 분명해져 다시는 변명
            하지 못하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몸둘 바를 모르는 꼴과

            같다.이런 류의 사람과 도스님의 기용(機用)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차이는 하늘과 땅 사이다.내 듣기로 그의 선실로 들어간 사람
            은 매우 많다고 하는데 그의 종지를 깨달은 자가 있었는지 없었

            는지는 알 길이 없다.




               24.일생 동안 참선하여/해회사 옹(翁)스님



               해회사(海會寺)옹(翁)스님은 임해(臨海)사람으로 30세에 집을
            버리고 불도에 들어와 경산사 호암(虎岩)스님 문하에서 삭발하고

            승복을 입었다.처음 전단나무 숲에 갔다가 법당으로 돌아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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