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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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41
일을 모두 바꾸었으며,승려 명유나(明維那)와 함께 동천목산(東天
目山)꼭대기에 암자를 짓고 선정(禪定)을 익히며 화전을 일구고
걸식을 하는 일까지 모두 몸소 하였다.고행으로 늙은 스님일지라
도 그처럼 독실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정(至正)정유년(1357)북쪽 오랑캐에게 경산사가 소각당했을
때 나는 그의 처소를 찾아갔는데,그의 용모는 숙연하고 예의가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대하였다.나는 까닭을 물어본 후에야 그
가 괴일산의 후신임을 알게 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그에게 말하였
다.
“그대의 전신은 천동사의 평석(平石)노스님과 둘도 없는 사이
였다.노스님의 나이 아흔이지만 아직도 이목이 밝으니 그대가 게
를 지어 보낸다면,한 꿈에 두 번 깨어났지만 꿈과 깸이 한결같음
을 보여줄 수 있지 않겠는가.”
이에 사원(士元)이 게를 지었다.
천동사의 노스님 평석(平石)에게 전하노니
한 생각은 이제도 옛날도 아니로다
단풍나무 다리 위에 깊은 밤 종소리를 듣자니
오강은 예전처럼 하늘에 잇닿아 푸르구려.
寄語天童老平石 一念非今亦非昔
欲聽楓橋半夜鍾 吳江依舊連天碧
그러나 이 게송이 전해지기도 전에 노스님은 입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