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P. 140
140
막상 자신이 경산사의 주지가 되고 보니 그 예정된 48대에 해당
하였다.
지난날 운거사(雲居寺)의 즉암(卽菴)스님은 토지신이 현몽하여,
‘다만 죽 한 끼의 인연’이라고 하였는데 결국 현몽대로였다.
여러 곳의 주지란 그 과보가 추호의 오차도 없는데 부질없이
남의 자리를 밀쳐내고 빼앗으려다가 갇히는 몸이 된 자 없지 않
다.하늘에서 미리 정해 놓은 이름과 토지신의 현몽이라는 이 두
가지 일을 듣는다면 날카로운 기세는 조금이나마 거두어들이게
될 것이다.
19.천목사 괴일산(魁一山)의 후신
천목사(天目寺)에 사는 괴일산(魁一山)은 소주(蘇州)사람으로
박학다재하며 천동사(天童寺)의 평석(平石)노스님과 절친한 사이
였다.총림의 전성시대를 맞아 모두들 세상에 나아갔지만 괴일산
은 깊은 산골짜기에 홀로 살며 속인과 사귀지 않으니 대매사(大梅
寺)나찬(懶瓚)스님의 옛 풍모를 지녔다.그러나 아랫마을 시주 홍
씨 집안의 자제만은 왕래를 허락하였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홍씨는 괴일산이 작은 가마를 타고 그
의 집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고 그 이튿날 아들을 낳았는데,이
름을 응괴(應魁),자를 사원(士元)이라 하였다.어려서 공부를 시작
할 때부터 부인을 맞아 아이를 기를 때까지는 전생의 기미가 전
혀 엿보이지 않다가 30세가 되자 갑자기 반성하여 평소에 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