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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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양황참법(梁皇懺法)의 효험



               지정(至正)경자(1360)년에 정해(定海)의 뱃사공 하태삼(夏太三)
            이 양곡을 싣고서 연(燕:北海)으로 가는 길에 바다에 빠져 죽었
            다.그 후 16년이 지난 홍무(洪武)을묘(1375)년에 그의 아내 진씨

            (陳氏)와 아들 선(善)이 지난날 하태삼을 생각해 보니,그는 성품이
            포악하여 아랫사람을 거느리는 데 인정이 없었으므로 비명에 죽

            은 외로운 넋이 바다에 잠겨 있을 것이었다.그래서 어떻게 하면
            제도를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한 나머지,재물을 모아 은주(鄞州)
            십자항암(十字港菴)에 엄숙하게 도량을 차리고 갖가지로 훌륭하게

            장엄하였다.청정한 스님 열 분을 모시고는 협만종(叶萬宗)스님에
            게 그 일을 주관해 주십사 청하고 ‘양황참법(梁皇懺法)’을 닦았다.
               진씨는 지극정성이었으므로 그가 처음 도량에 들어와 사연을

            전했을 때 감동의 눈물을 흘리지 않은 자가 없었다.이날  예참
            의 제2권을 마치고 밤이 깊어 선잠을 부치게 되었는데 의변(宜便)
            이라는 승려가 느닷없이 놀라 신음하면서 잠꼬대를 하였다.흔들

            어도 깨어나지 않고 오직 겁에 질린 모습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만종 등 여러 스님은 그가 깨어나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모두 일

            어나 한참 동안이나 주문을 외웠으며 다급하게 부르자 겨우 소생
            하였다.그에게 까닭을 묻자 울기만 하다가,다시 물으니 이렇게
            대답하였다.

               “위태천(韋駄天)처럼 생긴 한 신인(神人)이 위엄스런 의관을 갖
            추고 일산과 화려한 수레,그리고 창칼로 매우 삼엄하게 호위하며

            나를 강제로 동행시켜 하태삼을 데리고 이곳에 와서 천도를 받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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