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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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山茶花)가 가을을 맞이하여 활짝 핀 줄도 몰랐다.
               홍무(洪武)경술(1370)년에 군장의 나이 60세였는데 병세가 위

            독하였다.그의 아들 경성(景星)과 며느리 왕씨(王氏)는 타고난 효
            성으로 약과 음식을 몸소 보살피고 밤에도 옷을 벗지 않고 낮에
            는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으며 왕씨는 자기 넓적다리 살을 도려

            내어 죽을 끓여 바치기까지 하였다.그 해 12월 11일 서산에 해질
            무렵 군장은 그의 몸을 부축해서 앉히게 한 후 경성에게 유언을
            하였다.

               “나는 돌아가련다.”
               “ 어디로 돌아가시렵니까?”
               “ 해 지는 곳으로 떠나가리라.”

               또 이어서 부탁하였다.
               “내가 죽으면 불가의 법에 따라 화장을 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집안사람들에게 함께 아미타불을 부르라 하고는 얼마
            후 숨을 거두었다.
               군장은 두 아들을 두었는데 맏이는 바로 경성이고 둘째는 나에

            게 출가한 거정(居頂)이다.




               30.걸식으로 어머니를 봉양하다/공 행이(恭行已)스님



               공 행이(恭行已)스님은 상우(上虞)의 사람이다.일생 동안 어렵
            게 공부하여 내전(內典:불경)과 외전(外典)을 모두 탐구하였으며

            특히 시를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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