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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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53
어머니가 연로하여 의탁할 곳이 없자 걸식으로 봉양하였는데
어머니를 업고 전당(錢塘)호수를 건너면서 읊은 시 한 수가 있다.
어머니는 가마 위에 계시고 아들은 길을 걷는데
가마에 오르지 않고 걸을 때면 어머니가 먼저 아들을 부른다
끊어진 다리 밑에 흐르는 저 물길 따라 석양이 지는데
차가운 숲에 어미새에게 먹이를 물려주는 까마귀 보기가 민
망스럽다.
母在籃輿子在途 子行不上母先呼
斷橋流水斜陽外 羞見寒林返哺烏
이 시를 음미해 보면 그의 사람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31.불상조각가 광보살(光菩薩)의 일생
광(光)보살은 은현(鄞縣)사람으로 장(張)씨의 아들이다.그의 집
안은 선대로부터 조소(雕塑)를 가업으로 해왔는데 광(光)보살 대에
와서는 더욱 정교한 솜씨를 갖게 되었다.그는 장년의 나이에 식
구에게 얽매여 사는 것에 싫증을 느끼고 해회사(海會寺)수 매봉
(壽梅峰)스님에게 귀의,삭발하고 승려가 되려고 하였지만 그의 아
내가 자식을 데리고 관가를 찾아 호소하는 바람에 수스님이 그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보살은 만호(萬戶)완도(完都)와 절친한 사이였는데 광보살에
게 도망할 것을 권유하자 광보살은 마침내 자취를 감추고 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