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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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57
개에게 불성이 있다
원숭이는 인색하고 교활한 장사치 때문에 시름하고
개는 청정하고 도통한 중의 입을 보고 달아나네.
狗子佛性無 狗子佛性有
猴愁摟擻頭 狗走抖擻口
나는 달차원 등과 그곳을 떠나 왔으며,다시는 감히 그의 기봉
(機峰)을 범할 수 없었다.그날 밤 우리는 영운사에 묵으면서 노스
님에게 사 성암스님의 몇 가지 언행에 대하여 들었는데 모두 전
할 만한 것들이었다.
33.오로지 하는 일은 도적질
복건(福建)에 한 관리의 아들이 있었는데 오로지 하는 일이 도
적질이었다.그의 아버지가 심하게 꾸짖었으나 고치지 못하여 그
이유를 조용히 물어보니,“어찌 도적질을 하고 싶어 하겠습니까?
다만 밤마다 한 남자가 찾아와 끌고 가기에 마지못하여 그를 따
라 도적질을 합니다”하였다.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만일 오늘
밤에 또다시 찾아오거든 알려달라고 당부한 후 활과 화살을 준비
해 놓고 기다렸다.이윽고 밤이 이슥하자 과연 문밖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아들이 그를 가리키며 알리자 그의 아버지도 과연 그
사람을 보고서 활을 당겨 쏘았는데,도리어 아들의 가슴에 꽂혀
즉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