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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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썩지 않은 시체
지순(至順)경오(1330)년,절서(浙西)지방에 매년 흉년이 들어
서 항주 고을에 굶어 죽은 자의 시체더미가 서로 뒤엉키자,관리
들은 마을의 우두머리에게 인부를 부려 육화탑(六和塔)뒷산에 큰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매장하도록 하였다.그 속에 한 노파의 시
신이 있었는데 십여 일이 지났는데도 썩지 않고 매일 여러 시신
위로 올라와 있었다.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 나머지 그의 몸을
뒤져보니 품속의 작은 주머니 속에 염주와 세 폭의 아미타불도가
들어 있었다.이 일을 관리에게 알리고 널을 구입하여 시신을 안
치하고 화장을 하자,연기와 불꽃 속에 불보살의 모습이 찬란하게
현신하였다.이 일을 계기로 신심을 내어 염불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35.전생 일을 깡그리 잊어버리다/
말산(末山)스님과 서응(瑞應)스님
건령부(建寧府)에 한 승려가 있었는데 그의 법명은 말산(末山)
이다.후일 그의 일생을 점친 한 행의 시를 살펴보니 ‘한 그루의
나무를 잿마루 위에 옮겨 심는다[一木移來嶺上安]’는 구절이 있었
는데 이는 조물주가 그의 이름을 미리 정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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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목(一木)’이란 끝 말(末:一+木)자를 의미하며 ‘영상(嶺上)’이란 산(山)을 말하
는 것이므로 이를 합하여 ‘말산(末山)’이라는 이름으로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