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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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의 영정에 쓴 글[題]은 다음과 같다.
오조스님은 세속 바깥의 사람이라
사바인연 끊은 지 이미 오래 전인데
텅 빈 솜씨로 그 아득한 모습 그려 낼 자 누구기에
후세에 몸 밖의 몸을 찾으려 하오.
五祖禪師世外人 娑婆久矣斷生因
誰將描邈虛空手 去覓他年身外身
황산곡(黃山谷)의 영정에 쓴 글은 다음과 같다.
그 당시 회당 노스님 비웃더니
만나자마자 계수나무 꽃향기를 이야기했네
그림을 펼쳐 보니 옛 모습 그대론데
어찌 일찍이 콧구멍이 크고 작고 하였으리오.
笑殺當年老晦堂 相逢剛道桂花香
披圖面目渾依舊 鼻孔何曾有短長
그는 한 시대의 큰 유학자였지만 불법에 조예가 깊었다.그래
서 문장으로 표현하려고 마음먹지 않아도 저절로 옛 스님들이 제
창한 법어와 일치된 것이니 우러러볼 만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