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P. 163
산암잡록 下 163
38.대원경으로 서로를 비춰 보다/
고정 조명(古鼎祖銘)스님과 구양규재(歐陽圭齋)
고정(古鼎祖銘)스님이 항주 중축사(中竺寺)의 주지로 있을 때였
다.구양규재(歐陽圭齋)는 복건성 안렴사(按廉使)로서 임기가 만료
되어 서울로 가는 길에 항주에 들러 고정스님을 찾아왔다.정분
어린 법담을 주고받으며 열흘이 넘도록 머무르다가 떠날 때 고정
스님은 서호(西湖)까지 나가 송별하니 규재가 말하였다.
“이번에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 기약이 없겠습니다.”
“ 대원경(大圓鏡)가운데서는 그대와 한번도 이별한 일이 없습
니다.”
이 말에 규재는 기뻐하였다.그 후 얼마 되지 않아 고정스님이
경산사로 자리를 옮기자 규재가 게를 지어 보냈다.
스님만이 용무늬 솥을 들어올리고
하늘의 제일 관문에 눌러앉으셨으니
서호에서 헤어질 때 들려주던 대원경으로
희끗한 나의 모습을 비춰 보고 계시리라.
上人方擧龍文鼎 坐斷凌霄第一關
湖上別來圓鏡語 想應照我鬢毛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