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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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67


               않는다.만일 인지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음계(陰界)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데 어떻게 선문의 특별한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그래서
               나도 게송을 하나 지어 부질없이 그대의 귀를 더럽힐까 한다.



                 홀로 위태로운 경지에 서지 않고서는 기연이 높지 못한 법
                 조주 노스님은 흠집 없는 하나의 옥
                 당두노인 불전 속의 일을 곧바로 가리키시니
                 어른거리는 눈 속에 헛꽃을 모두 없애 주었도다.
                 不立孤危機未峻 趙州老子玉無瑕

                 當頭指出殿裡底 剗盡茫茫眼裡花


               내 생각으로는 정공이 ‘인지’를 인정한 것에 대한 오거스님의
            비판을,나호스님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까지는 잘한 일이다.그

            러나 그(나호)가 오거화상의 이 송이 선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데 대해서는 반드시 잘한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또한 ‘조주노
            자옥무하(趙州老子玉無瑕)’와 ‘잔진망망안리화(剗盡茫茫眼裡花)’라

            는 구절도 인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나는 이를 애써 참지 못
            하고 오거화상의 송에서 네 글자를 바꾸어 송을 하는 바이니 이것

            도 후학의 비판을 기다린다.


                 홀로 위태로운 경지에 서지 않아야 비로소 기연이 높아지는 법
                 조주 노스님은 옥에 흠집이 생겼네

                 당두노인 불전 속의 일을 곧바로 가리키시니
                 어른거리는 눈 속에 헛꽃이 덧붙는구나.”
                 不立孤危機始峻 趙州老子玉生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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