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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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當頭指出殿裡底 添得茫茫眼裡花




               42.대혜스님의 후예로 지조를 지키다/서소담(瑞少曇)스님



               서소담(瑞少曇)은 민현(閩縣)의 사람이다.강직과 절개로 자신을
            지키며 명리를 하찮게 여겨 절의 살림을 모두 집사에게 맡겼다.
            그가 거처하는 방은 언제나 조용했으며 혼자서 선송(禪誦)을 즐겼

            는데 그의 문에 오르는 사람은 모두 노련한 선승들이었다.
               지순(至順:1331~1332)연간에 의연히 절을 떠나 금릉 지방을

            돌아다니다가 용상사(龍翔寺)의 소(訴)스님을 방문하자 소스님은
            그를 수좌로 맞이하였다.때마침 이충사(移忠寺)에 주지 자리가 비
            어 소스님이 적극 추천하였으나 스님은 굳이 사양하며 말하였다.

               “스님께선 생각지 못하시는군요.그곳은 송나라의 간신 진회(秦
            檜)*의 제사가 맡겨진 절입니다.진회는 개인 감정 때문에 권력을
                12)
            빙자하여 대혜(大慧)스님을 매양(梅陽)과 형양(衡陽)으로 귀양 보냈
            던 자입니다.내 비록 변변치 않으나 대혜스님의 후예로서 어떻게
            차마 진회의 제사를 이어 받들 수 있겠소?스님께선 참으로 생각
            지 못하십니다.”

               당시 큰 선비나 덕망 높은 선승들은 이 말을 전해 듣고 극찬하
            지 않는 자가 없었다.후일 그는 귀종사(歸宗寺)의 주지로 갔다가

            세상을 마쳤다.

            *진회(秦檜):남송 고종 때의 재상으로 충신 악비(岳飛)를 무고로 죽이고 주전파
              (主戰派)를 탄압하여 금(金)나라와 굴욕적인 화친을 맺었다.당시 대혜스님 등의
              승려들은 주전파의 입장을 동조하여 귀양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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