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P. 38
38
7.불법문중에 잘못되어 가는 일을 바로잡다/
봉산 의(鳳山儀)법사
근대 우리 선문에는 상황에 맞게 방편을 쓰되 옛사람의 묵은
발자취를 답습하지 않고 자신의 기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주
고 불법을 구정(九鼎)*보다도 무겁게 하신 탁월한 분들이 많았었
2)
는데,지금 그러한 스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일
까?
항주 하천축사(下天竺寺)봉산 의(鳳山儀)법사는 원대(元代)연
우(延祐:1314~)초에 ‘삼장 홍려경(三藏鴻臚卿)’이라는 호를 하
사받았으나 그 작록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법문중에 조금치라도
어긋난 일이 있으면 반드시 바로잡았다.
고려 부마(駙馬)심왕(瀋王)이 황제의 칙명으로 보타관음(寶陀觀
音)을 예배하러 가는 길에 항주를 지나가게 되었다.그는 주머니
돈으로 명경사(明慶寺)를 찾아가 재를 올리고 많은 사찰의 주지를
위해 공양하였다.성관(省官)이하 여러 관아의 관리들이 직접 그
일을 감독하였으며,서열을 정함에 있어서는 심왕을 강당의 중앙
법좌 위에 자리하고 모든 관리는 서열에 따라 법좌 위에 줄지어
앉고 사찰의 주지들은 양쪽 옆으로 앉게 하였다.자리를 모두 안
배한 후 법사는 맨 나중에 왔는데 오자마자 법좌 위로 달려가 왕
에게 물었다.
“오늘의 재는 누구를 위한 재입니까?”
“ 많은 사찰의 주지를 공양하기 위함입니다.”
*구정(九鼎):하(夏)나라 우(禹)임금이 주조했다는 큰 솥.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