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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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61


               듣자 하니,이 아이는 전생에 주역의 이치를 즐겨 보며 ‘태극
            이 움직이기 전[太極未動]’의 경지를 체험한 까닭에 삶과 죽음을

            넘나들면서도 생사에 매이지 않았다고 한다.마의(麻衣)스님이 주
            역을 ‘심역(心易)’이라 하였고,자호(慈湖)스님은 이를 ‘역(易)’이라
            이름했는데,거기에는 깊은 의미가 있다.





               27.보(寶)상좌의 사리와 피고름/파암(破菴)스님


               파암(破菴祖先)화상이 자복사에서 물러나 경산사 몽암(蒙菴)스

            님의 부름을 받고 그곳을 찾아가니,몽암스님은 그에게 입승수좌
            (立僧首座)의 직책을 맡겼다.그곳의 보(寶)상좌는 큰 지견을 갖춘
            인물이었으며 주지나 수좌가 부임하여 개당법문을 할 때면 으레

            느닷없는 선기문답으로 그들의 기봉(機鋒)을 꺾곤 하였다.어느 날
            파암스님이 법좌를 열었는데 보상좌가 왔다.

               “천지의 안,우주의 사이 그 중간에 있다”하면서 파암스님이
            말씀하시자 보상좌가 무어라 말하려다가 파암스님에게 얻어맞고
            쫓겨 나왔다.당시 보상좌는 파암스님의 말이 끝난 다음 앞으로

            나가 반박하려 했었는데 이미 ‘그 중간에 있다’라는 부분에서 얻
            어맞고 쫓겨 나오자 파암스님이 고의로 자신을 꺾으려 했다고 생

            각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죽어 버렸다.화장을 하고 나서 고향
            사람들이 사리를 거두어 파암스님에게 드리자 파암스님은 그것을
            들고 말하였다.

               “보상좌야!너에게 설령 여덟 섬 네 말의 사리가 나왔다 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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