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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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었다.그러나 황제는 초여름에 상도(上都)로 가는 도중 더위를
            피하다가 시해당하여 새로 서사하는 대장경을 절반도 이루지 못

            하고 말았다.




               26.환생한 어린아이



               지정(至正)신축년(1361)에 섬서(陜西)지방의 민가에 한 어린아
            이가 있었는데 겨우 세 살이었다.어느 날 마을 거리에서 ‘현관(縣
            官)행차에 길 비켜라’하는 소리를 듣고서 앞길을 막아선 채 현

            관의 이름을 부르면서 예의를 표하며 말하였다.
               “서로 헤어진 지 오래인데 지금까지 별일 없었소?”
               현관은 깜짝 놀라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이 어린아이가 어떻게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단 말인가?”
               이에 어린아이 앞으로 나아가 물어보자 어린아이는 전생(前生)

            의 성명을 말하고 이어서 예전에 함께 주고받으며 읊조렸던 시
            몇 수를 열거하자 현관은 그때서야 옛 친구임을 믿게 되었다.그
            는 다시 현관에게 말을 이었다.

               “그대와 헤어진 뒤 이제 사람의 몸으로 환생하였으나 앞서 세
            차례나 태어난 바 있다.처음 죽어서는 개로 태어나 스스로 싫증

            을 느낀 나머지 일부러 주인집 아이를 물었는데 주인이 화가 나
            서 나를 죽였고,다시 메추리로 환생하였으나 그것도 싫증이 나
            강물에 빠져 죽었는데 이제 사람으로 태어나 그대와 다시 만난

            것이 참으로 다행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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