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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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77
“한번 일러 보아라.”
게송을 본 후 묘봉스님은 그것을 첫머리에 써 넣어 주었고 그
후로 명성이 자자해졌다.뒷날 천동사의 주지가 되어서는 환지암
(幻知菴)을 새로 지어 노년에 은거할 계책을 세웠고 사당 한 채를
따로 짓고 묘봉선사를 봉안하여 자기를 알아준 은덕에 보답하였
다.벽화를 찬양한 게송은 다음과 같다.
다행히도 사방에 막힌 벽이 없으나
누가 오색으로 허공에 단청할까
선재동자는 눈 속에 뿌연 눈병 생겨
한 꺼풀 도려내니 또 한 꺼풀 생겨나네.
幸是十方無壁落 誰將五彩繪虛空
善財眼裡生花翳 去却一重添一重
41.고림(古林)스님 회하의 여름 결제에서
호령강(浩靈江)은 고림(古林淸茂)스님의 제자이다.고림스님이
요주(饒州)영복사(永福寺)에 주지로 있을 때,영강은 수좌승으로
여름 결제에서 불자를 잡았는데 한 납승이 나와서 물었다.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면 어떻게 됩니까?”
“ 담장에 부딪친다.”
“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어떻게 됩니까?”
“ 구덩이 속에 떨어진다.”
“ 나아가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는다면 어떻게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