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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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79


            모르게 그 자리를 물러 나와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환단(還丹:신선의 신약)한 톨이 무쇠를 황금으로 만든다는

            옛말은 우리 스님을 두고 한 것이다.”
               천연스님은 동서(東嶼)스님 문하의 뛰어난 제자로서 외모와 규
            범이 늠름하여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세간에 나와 지당(芝塘)

            명인사(明因寺)의 주지를 지내다가 입적하였으며 민중 겸(敏中謙)
            스님과 함께 명성을 드날렸다.민중 겸스님은 도력이 높고 성품이
            훌륭하여 사람들에게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자였으며 동정 취봉사

            (翠峰寺)의 주지를 지내다가 입적하였다.만일 조물주가 이 두 스
            님에게 장수를 누리게 했었더라면 마치 회당(晦堂)스님의 문하에
            사심(死心),영원(靈源)두 스님이 있었던 것처럼 분명히 쌍청(雙淸

            :靈源惟淸,草堂善淸)의 종문(宗門)이 넓어졌을 것이다.




               43.사치스럽고 포악한 주지/혁휴암(奕休菴)



               혁휴암(奕休菴)은 양주(揚州)사람이다.젊은 시절,회전(淮甸),
            연경,오대산 등지를 돌아다니다가 흉년을 만나 상선을 얻어 타고

            명주(明州)에 왔다가 천동사의 객승이 되었다.낡고 헤진 승복을
            입고 하루 한 끼 먹으면서 밤을 새워 정진하니,옛 스님의 의젓한

            풍채가 있었다.
               봉화(奉化)상설두사(上雪竇寺)에 주지 자리가 비어 대중이 글
            을 올려 주지가 되어 달라고 청하니,혁휴암은 흔쾌히 수락하고

            삿갓 하나만을 들고 그곳으로 갔다.그러나 방장실에 앉아 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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