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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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자리에 서서 죽을 놈이다.”
               어느 사람이 방장실을 찾아가 “수좌가 불자를 잡고 선객에게

            답한 세 마디[三轉語]는 모두 기연에 맞는 말이었습니다”하고 칭
            찬하자 고림스님이 말하였다.
               “어느 곳이 좋단 말이냐?듣지 못하였는가.한마디 맞는 말이

            만 겁에 노새 매는 말뚝이라는 말을.”
               그러나 곧이곧대로 알아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42.쌍청의 종문을 드넓혔을 걸



               담 천연(湛天淵)은 천력 개원(天曆 改元:1328)에 봉산사 일원
            (一源)스님 회중의 윗자리[前版]에서 불자를 잡았으며 제창할 법문

            을 일원스님에게 미리 바쳤는데,그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상봉산 앞을 흰구름을 바라보며 걷노라니 구름은 걷히고 다
               시 퍼지며 우천정(禺泉亭)위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 앉아 듣노
               라니 때로는 시끄럽다가도 다시 잠잠하여라.눈으로 보는 곳에
               서 귀로 듣는 불사를 하고 귀로 듣는 곳에서 눈으로 보는 불사
               를 해야 관세음보살뿐만 아니라 나도 그 가운데서 깨침을 보리
               라[便見……].”



               일원스님이 ‘볼 수 있으리[便見]’라는 두 글자를 가리키면서 이
            두 자가 있으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 되니,이 두 글

            자가 없어야 비로소 나의 말이 된다고 하자 천연스님은 자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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