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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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었으니,일곱 토막으로 잘리어도 생각을 움직이지 않고 한번 마음
            을 다잡으면 마치 철석같았습니다.나아가 생사를 투철히 벗어나

            는 데 이르러서는 전혀 힘을 들이지 않았으니,어찌 식정을 초월
            하여 강개한 뜻을 지닌 대장부가 아니겠습니까.
               재가보살이 출가인의 수행을 닦는 것은 마치 불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는 것과도 같습니다.대체로 이름과 지위,권(權)과 실(實)의
            의기(意氣)를 졸지에 조복받기는 어려운데,더구나 삼계화택(三界
            火宅)의 번거롭고 시끄러움이 백천 갈래로 지지고 볶는 경우야 말

            해서 무엇 하리오!
               오로지 본래 참되고 오묘하고 원만한 자기 자리에서 당장 크게
            쉬어 버린 대적정삼매의 경계에 도달하고,나아가 그것마저 놓아

            버리면 텅 비어 평등하고 항상하며,무심(無心)을 철저하게 깨닫고
            일체 법을 꿈이나 허깨비처럼 여깁니다.텅 비고 툭 트인 경지에

            서 인연 따라 세월을 녹인다면 유마힐(維摩詰)․부대사(傅大士)․
            배상국(裴相國)*․양내한(楊內翰)* 등 여러 훌륭한 재가(在家)의
                                          22)
                          21)
            수행인들과 그 정인(正因)을 함께할 것입니다.자기의 역량을 따라
            깨닫지 못한 사람을 교화하여 함이 없고 아무 일 없는 법성(法性)
            의 바닷속으로 함께 들어간다면 남섬부주를 한바탕 뛰쳐나온다

            해도 본전을 밑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불법은 대단할 것이 없으니 구지(俱胝)스님은 한 손가락만 세
            웠고,타지(打地)스님은 땅만 쳤으며,조과(鳥窠)스님은 실오라기를

            입으로 불었고,무업(無業)스님은 망상 피우지 말라 하였으며,중


            *배상국:배휴(裴休)거사로서 황벽스님의 속가제자.
            *양내한:양억(楊億)거사로서 광혜스님의 속가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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