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P. 104
104
행 실천해 가면 물이 방울마다 얼듯 가슴속에 자취를 남겨 두지
않거니,하물며 특별히 마음을 일으켜 모든 죄악을 짓는 경우이겠
습니까.이미 이처럼 깨달음을 간직하고 또한 이처럼 깨닫지 못한
이를 격려하다 보면,문득 이 위에서 바로 조복되고 믿음이 순숙
하여 함이 없고 하릴없어지리니,어찌 통쾌하지 않겠습니까.
35.해지욕(諧知浴)*에게 주는 글
23
)
이 큰 법은 삼세 모든 부처님이 함께 깨닫고 역대 조사가 함께
전하여 똑같은 도장으로 인가하였다.사람의 마음을 바로 가리켜
본성을 보아 성불케 하며 문자나 말을 세우지 않았으니,이를 두
고 교(敎)밖에 따로 행하며,단독으로 심인(心印)을 전한다고 한
다.만약 말과 교리로써 설명하며 단계를 세우고 격외(格外)니 격
내(格內)니를 논한다면 근본 종지를 잃어버리고 옛 성인을 저버리
게 되리라.
요컨대 처음 입문할 적부터 곧바로 본분인(本分人)을 만나서
그대로 근원을 알아 뒤로 물러나 자신에게 나아가야 한다.철석같
은 마음으로써 종전의 망상과 견해,세간의 지혜와 총명,너와 나,
얻음과 잃음 따위를 밑바닥까지 뒤집어 일시에 놓아버려야 한다.
곧바로 마른나무,불 꺼진 재처럼 하여 망정과 견해를 모두 없애
정나나적쇄쇄(淨倮倮赤灑灑)한 곳에 도달하여 활연(豁然)히 계합
증득하면,위로부터의 모든 성인과 실낱만큼도 차이가 나질 않는
*지욕(知浴):욕실을 담당하는 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