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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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07
그러나 크게 통달한 인재는 진실한 이치를 초월하고 증득한다.
나아가 기연에 투합할 경우에는 말 사이에 있으면서 그 자취에서
멀리 벗어나 기틀이나 경계 등의 그물로 그를 잡아 둘 수 없다.
예컨대 석두(石頭)스님은 약산(藥山)스님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여기서 무엇을 하느냐?”
“ 아무것도 하질 않습니다.”
“ 그렇다면 한가하게 앉아 있는 거로군.”
“ 한가하게 앉아 있는 것도 하는 겁니다.”
석두스님이 다시 물었다.
“그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였는데,무엇을 안 한다는 건
가?”
“ 모든 성인도 모릅니다.”
석두스님은 이에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이제껏 함께 있어도 이름 모르고
임운등등히 서로 함께 그렇게 갈 뿐이네
예로부터 현인들도 알지 못했거니
경홀한 범부가 어찌 밝히랴.
從來共住不知名 任運相將只麽行
自古上賢猶不識 造次凡流豈可明
이 같은데 어찌 철저하게 깨달은 사람의 말이 아니랴.기연으
로 헤아리는 말로써야 어떻게 그를 구속할 수 있었으랴.만일 이
치자리[理地]를 밝히지 못했다면 가슴속에 물건이 막힌 듯 질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