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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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03
읍(中邑)스님은 시끄럽게 재잘거렸으며,고제(古提)스님은 불성이
없다 하였고,골좌(骨剉)스님은 일생 동안 뼈가 꺾인다고만 말했을
뿐입니다.다만 믿음으로써 여기에 이르렀을 뿐이니,때문에 일생
동안 써먹어[受用]도 다 쓸 수 없었습니다.
만일 의심을 내면 다른 견해 및 차별이 생겨 향상이니 향하니
하는 것이 있게 되니,어떻게 그 향상 향하를 타고 앉을 수 있겠
습니까.그렇기 때문에 오래하는 것을 귀하게 여겼으니,이것이
사람 얻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이미 들어갈 곳을 알아 근본이 밝아지면 만 길 벼랑처럼 높고
아득하게 씻은 듯 초탈해야 합니다.부처병․조사병을 버리고 현
묘한 이치와 성품도 버리고 한가로이 호호탕탕하여 아무것도 모
르는 촌구석 사람과 전혀 다르지 않아야 합니다.이렇게 오랜 세
월을 길러 나가다 보면 소박하고 진실하며 매우 안온하여 바야흐
로 안락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자기를 노출하여 총명한 체하거나 책략을
드러내 지견(知見)을 자랑하며 결코 구두선(口頭禪)으로 빠지지 않
습니다.그러므로 열 번 말하여 아홉 번 들어맞는다 해도 한 번
말없느니만 못하다고 하였고,또 “나는 부처가 되기를 바라는 사
람은 백천 명이나 보았지만 그 가운데서 무심도인은 한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웠다”하였던 것입니다.이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
은 실천해 나가는 것입니다.그러나 실천해 나가면서도 모양에 집
착하지 않고 덕에 머무르지 않는 것을 ‘모양 없는 진실한 수행’이
라 이름합니다.
큰 코끼리는 강을 건널 때 물결을 끊고 지나가는데,이렇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