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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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99


            지라.모든 성인도 그의 일으킨 곳을 찾지 못하는데,더구나 그
            나머지야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때문에 암두스님은 말하기를,

            “저 체득한 사람은 한가한 경지만 지킬 뿐 하루종일 하고자 함도
            없고 의지함도 없다”하였는데,이야말로 안락법문이 아니겠는가!
               옛날에 관계(灌溪)스님이 말산(末山)비구니 스님에게 갔더니 말

            산스님은 물었다.
               “방금 어디에서 왔는가?”
               관계스님은 말하였다.

               “길 입구에서 옵니다.”
               “ 왜 덮어 버리질 못하는가?”
               관계스님은 대꾸가 없었다.

               다음날 “어떤 것이 말산의 경계입니까?”하고 물었더니 말산스
            님은 말하였다.

               “꼭대기를 드러내지 않는다.”
               “ 무엇이 산중 사람입니까?”
               “ 남녀 따위의 모습이 아니지.”

               “ 왜 변화하질 않습니까?”
               “ 신(神)도 아니고 귀(鬼)도 아닌데 무엇으로 변하겠는가?”

               이러한데 어찌 실제의 경지를 밟지 않고 만 길 절벽 같은 곳에
            도달하지 않았으랴!그러므로 “마지막 한마디라야 비로소 굳게 닫
            힌 관문에 도달하여 요충지를 차지하고서 성인이든 범부든 통과

            시키지 않는다”고 하였던 것이다.옛사람은 이미 그러하였는데,
            요즈음 사람인들 어찌 조금이라도 부족하랴.다행히도 금강왕보검
            이 있으니,지음(知音)을 만나면 반드시 꺼내 보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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