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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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45


               58.조(照)도인에게 주는 글(비구니)



               불문은 기특하여 지름길로 질러서 초월 증득하니,반야와 빨리
            상응하는 것으로는 선종(禪宗)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이는 여래
            최상승 청정선이다.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보이자 금색두타(金色

            頭陀:가섭존자)가 미소를 짓고 석가모니께서 열반묘심인 정법안
            장을 전한 때로부터 교(敎)밖에 따로 행하고 외길로 심인(心印)만

            을 전하였다.그렇게 28대를 거쳐 달마가 서쪽에서 와서는 인심
            (人心)을 곧바로 지적하여 견성성불하게 하였다.범부나 성인이나
            오래 수행했거나 아니거나를 논할 것 없이,근기가 서로 투합하여

            한 생각 투철히 벗어나면 다시는 삼아승지겁의 수행을 빌리지 않
            고도 곧바로 본래부터 원만하게 이루어진 청정오묘한 조어장부를
            증득한다.

               그러므로 이 종지에 헤엄쳐 노니는 데는 큰 법기를 바탕으로
            처음 뜻을 세워 걸음을 내디디면서부터 곧바로 높이 초월해야 한
            다.이른바 바로 선 자리에서 성불하는 것이니,잠시만 생각을 모

            으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바로 증득하리라.앞뒤 경계의 구별을
            두지 않고 다른 사람을 의지해서 얻는 것도 아니며,그저 자기의

            본분자리에서 맹렬하고 날카롭게 수행할 뿐이다.한 꾸러미의 실
            을 자름에 한번 자르면 모두가 끊어지듯이 본성의 신령함도 단박
            에 벗어날 뿐이다.앞생각은 범부였지만 뒷생각은 성인이다.헤아

            리거나 헤아리지 않거나 범부이거나 성인이거나 한결같아,시방을
            머금기도 하고 토해내기도 하면서 결코 정해진 방향이나 처소가

            없다.영가스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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