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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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41


            일어나지 않고 앞뒤가 끊긴 경지에 도달하면 홀연히 깨달아,마치
            물통 밑이 빠져 버린 듯하여 그 기쁨이 생기는 곳이 있을 것이다.

            그윽하고 깊숙함을 지극히 하여 본지풍광을 밟고 본래면목을 분
            명하게 보아 천하 노화상들의 혀끝을 의심하지 않는다.
               눌러앉아 꽉 붙들어 두고 무심(無心)․무위(無爲)․무사(無事)로

            길러 나간다면 하루종일을 결코 부질없이 보낸 공부가 되지는 않
            는다.항상 마음이 사물에 구애되지 않고 걸음마다 일정한 처소가
            없는 바로 이것이 일을 모두 마쳐 버린 납승인 것이다.명예를 도

            모하지 않고 이익에 구애받지 않으며 만 길 절벽에 서서 자유롭
            게 자기를 결판하고 생사문제를 투철하게 벗어난다.그 나머지는
            관계하지 않으며 성색(聲色)에 흔들리지 않고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서 문득 홀로 벗어나니,육진을 진실로 벗어난 아라한
            이다.간절히 믿고 실천해야만 한다.

               옛날 몽산(蒙山)땅의 혜명(慧明)도인이 황매산(黃梅山)으로부터
            노(盧)노인(6조 혜능스님)을 좇아가 대유령(大庾嶺)에 이르러 따라
            잡았다.이윽고 “의발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법을 위해서 왔을

            뿐입니다”라고 말씀드리자,노행자는 반석에 앉아 마음을 잠잠하
            게 한 다음 그에게 말하였다.“그대는 선․악을 모두 생각하지 말

            라.바로 그러한 때에 한 물건도 생각하지 않은 채로 나에게 명상
            좌의 본래면목을 가져오너라.”혜명이 그 말에 의지해 생각을 모
            아서 드디어 깨친 바가 있었다.이리하여 다시 노행자에게 물었

            다.“이것뿐입니까.아니면 따로 비밀스런 뜻이 있습니까?”노행자
            는 말하였다.“내가 그대에게 말한다면 비밀이 아니다.다만 위에
            서 말한 것을 그대가 알아차린다면 비밀이란 네 쪽에 있을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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