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P. 142

142


            다.”몽산스님은 이에 확실히 알아 의심이 없었다.여기서 비밀스
            런 뜻이 바로 밀인(密印)임을 알라.만약에 내가 보여준 것을 체득

            하여 마음자리가 활짝 열린다면 밀인이 어찌 다른 사람 쪽에 있
            으랴.비밀스런 말과 깨침을 나타냄이 모두 찰나에 있으니,마음
            을 내어 생각을 일으키면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진다.




               57.심도자(心道者)에게 주는 글



               조사 이래로 이 하나의 큰 인연을 곧바로 지적하심은 바로 생

            사를 투철하게 벗어나게 하기 위함이었다.모름지기 지혜로운 상
            근기라면 말과 정식을 뛰어넘어 피아(彼我)․고저(高底)․강약(强
            弱)․영쇄(榮衰)등 세속 인연을 마음에 두어서는 안 된다.곧바로

            자기의 근본자리에서 깨달아 본래 청정하고 텅 비고 고요하며 고
            금에 빛나며 지견(知見)이 아득히 끊긴 본분의 일을 취하도록 해

            야 한다.이리하여 문득 홀연히 홀로 서게 되면 삼라만상도 숨기
            거나 덮어 버리지 못하며,모든 성인이라 할지라도 견주려고 하지
            못한다.

               무심하고 호호탕탕 한 물건도 생각하지 않고 한 물건도 행위하
            지 않아서,자연히 욕구도 없고 의지함도 없이 모든 삼매를 초월

            하는데,그밖에 무슨 문호를 세운다느니 차별적인 조작을 한다느
            니 하겠는가.그대로 앉은자리에서 천 길 절벽에 선 듯하여 범부
            에 매이지도 않고 성인에 끄달리지도 말아야만 비로소 일을 마친

            납승이라 하리라.몸과 마음이 마른나무나 썩은 기둥 같고,불꺼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