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8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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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도량을 헤아릴 수 없는 대인이라도 여기에 이르러선 주저하
            는데,하물며 배울 것이 남아 있는 사람이야 어떠하겠느냐.그저

            죽기살기로 물어뜯어 끊어 버려야 한다.마치 호흡이 끊어져 완전
            히 죽은 사람 같았다가 다시 살아나야만 비로소 허공같이 확 트
            인 줄을 알고 실다운 경지를 밟으리라.이 일을 깊이 깨쳐 훤하게

            밝히고,믿어 다다라서 무심하고 호호탕탕하여 모든 것에 알음알
            이가 없어서 척척 들어맞는 경지에 이르기만 하면,대뜸 자유롭게
            노닐면서 다시는 얽매이지 않으며,다시는 일정한 방향과 처소가

            없게 된다.
               쓰고 싶으면 쓰고 행하고 싶으면 행하는데,다시 무슨 좋고 나
            쁨과 옳고 그름이 있으랴.위로 통하고 아래로 사무쳐 일시에 거

            두어들이니,이런 무심의 경계를 어찌 쉽사리 밟을 수 있으리오.
            반드시 그만한 사람이라야만 비로소 되리라.만일 이러하지 못하

            다면 꼭 몸과 마음을 놓아버리고 그윽하게 하여 한 털끝만큼도
            기대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오래도록 항상 살피다 보면 자
            연히 천지를 덮는 기상으로 부딪히는 곳마다 그대로 완전함을 이

            루리라.
               태어날 때부터 석가모니이거나 저절로 이루어진 미륵은 없는

            것이다.누구라서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대뜸 알았으랴.그러니
            응당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시절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
            으니 단박에 한번 물어뜯어 끊어 버리면 그대를 어찌할 수 없으

            리라.대장부라면 모름지기 자유자재한 경지에 도달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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