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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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43


            진 차가운 재 같아야만 참으로 쉬어 버린 것이다.그 때문에 예로
            부터 생각을 잊고 홀로 체득함을 귀하게 여겼을 뿐이다.체득하고

            난 뒤엔 아견(我見)을 세우지 않고 자신을 뽐내지 않으면서 종횡
            으로 임운등등하여 바보 같고 우두커니 앉은 사람 같아야만 비로
            소 함이 없고 하릴없는 도인의 행리처라 할 만하다.설사 30년,

            50 년이 지난다 해도 변하지 않으며,천생만겁에 이른다 해도 그저
            여여할 뿐이다.
               그래서 이른바 오래도록 하는 사람을 가장 얻기 어렵다는 것이

            다.한결같이 이처럼 믿고 다다라서 철저히 깨닫는다면 세상을 제
            도하지 못할까.번뇌생사의 구덩이에서 벗어나지 못할까를 근심할
            것이 없다.이는 오직 당사자의 모든 6근이 맹렬한가 아닌가에 달

            려 있을 뿐이니,비로자나 부처님을 뛰어넘고 조사의 대(代)를 초
            월함도 어렵지 않다.이것이 참으로 큰 해탈의 문인 것이다.

               달마조사께서 처음 소림(小林)에 오시어 9년을 면벽하면서 차
            갑게 앉아 있다가 깊은 눈 속에서 혜가(慧可)조사를 만났다.체득
            한 것을 감변(勘辨)하여 증명하기에 이르러서 다만 세 번 절하고

            제자리에 가서 서 있을 뿐이었으니,이것이 어찌 많은 말이 오가
            야만 되는 것이겠는가.요컨대 대뜸 알아차려 처음부터 끝까지 실

            끝이나 겨자씨만큼도 어김이 없어야만 한다.있는 그대로 완전하
            여 때려부술 수도 없고 모든 방편도 도달할 수 없어야 한다.그런
            뒤에 머무름 없는 근본 속에서 일체를 흘려내며 융통하여 걸림이

            없다.모든 행위가 다 나의 오묘한 작용이며,곳곳에서 사람들에
            게 못과 쐐기를 뽑아 주어서 그들을 각자 편히 해주니,어찌 요점
            을 살핀 것이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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