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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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꾸했으니,그것이야말로 철저히 깨닫고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
            겠느냐!낙엽 한 잎사귀만 보고서도 가을이 왔음을 아는 것이니,

            다시 말 위에 말을 보태고 알음알이 위에서 알음알이를 짓는다면
            어떻게 철저히 깨달을 수 있으랴.운문스님의 이 의도를 체득할
            수 있다면 고금의 말을 일시에 뚫어 버리리라.다만 마음을 깨닫

            고자 애를 쓰며 그렇게 해나간다면,항아리 속의 자라가 도망쳐
            봤자 어디로 가랴.그러므로 고덕은 말하기를,“영리한 놈은 듣자
            마자 문득 들어 보이고 뽑아들면 곧 행한다”고 하였던 것이다.





               61.성연(性然)거사에게 드리는 글


               도산(道山)의 성품은 도에 합치하여 고요함을 좋아하고 겉치레

            를 숭상하지 않으며,숙세의 깊은 신심을 간직하고 무엇보다 현묘
            한 가르침을 흠모하십니다.늘 편안하고 고요하여 밤낮으로 그윽

            히 안으로 밝게 비춰 보니 마치 얼음 항아리나 옥으로 만든 거울
            같이 겉과 속이 훤히 사무치십니다.또한 나물 음식으로 오랜 세
            월을 재계하며 향상의 종승을 참구하며 선지식을 두루 참례하여

            한결같이 지성으로 탐구하고 연구한 지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처
            음엔 견해나 말에 끌려 형식에 뜯어 맞추며 이리저리 뚫더니만,

            여기저기 다니며 바탕이 쌓이자 그 뜻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거
            기서 홀연히 모두 벗어 던지고 곧바로 불조 심성의 연원을 꿰뚫
            어 묘한 이치에 깊이 들어가 실천하고 설통(說通)과 종통(宗通)을

            모두 갖추어서 열반과 생사를 원융하게 껴잡아 몸과 마음이 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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