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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셨던 그 본뜻을 집어내 보면 결코 다른 일이 아니다.오직 동체대
비(同體大悲)와 무연자비(無緣慈悲)로 이 큰 인연을 보여주시어 지
혜로운 상근기에게 격식과 종지를 초월하여 단박에 알도록 했을
뿐이니,이른바 교(敎)밖에 따로 행하고 외길로 심인(心印)을 전했
다는 것이다.그러므로 십만 대중 앞에서 연꽃을 들어 보이자 가
섭만이 유독 증득하고 자기도 모르는 결에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석존께서 법을 전수하여 달마가 양(梁)나라를 거쳐
위나라에 가 사람을 찾아서 소림사에게 오래 면벽하던 중 신심
깊은 이조(二祖)한 사람을 얻었는데,그는 눈에 서서 팔을 끊고
한마디 말끝에 마음을 편안히 하여 드디어는 의발을 전해 받았으
니,이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느냐.위로부터 모든 성인이 세상에
감응하니,전하는 사람도 훌륭하고 받는 이의 근기도 강하여 용상
대덕(龍象大德)이 많이 나왔다.연원(淵源)이 깊으니 그 흐름도 짧
지 않아서,서천의 28대 조사와 동토의 6대 조사 이후로 시대마다
영특 신령한 고덕들이 걸출하게 이어졌다.
행사(行思)․회양(懷讓)․마조(馬祖)․석두(石頭)스님의 경우는
세상에서 독보적이었다.덕산은 금강경의 주석서를 태워 버렸고,
임제스님은 선판(禪板)을 태운다 하였으며,약교(藥嶠)․천황(天皇)
․백장(百丈)․황벽(黃檗)과 5가(五家)의 종주(宗主)들은 각각 문호
와 가풍을 수립했다.이는 마치 하늘 만한 그물을 던지고 만 리
되는 낚시를 드리운 것 같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철두철미하였다.
이들에게는 천만 인을 능가하는 기량이 있으니,드나듦과 펴고 말
아들임,잡고 놓아줌,조용(照用)과 권실(權實)이 어찌 한 가지 길,
한 가지 지견만을 고수하여 일정한 틀을 남기고 알음알이를 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