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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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55
결박을 풀어 준 자들이 어찌 한정이 있었으랴.근세에도 사람이
없다고 말하진 않겠다.그러나 홀로 벗어나 본분의 수단을 떨쳐
작가선지식의 용광로와 풀무를 열어 준 사람을 찾아보면 참으로
많지가 않다.이는 스승은 어정거리며 천박 고루하고 제자 또한
뿌리와 줄기가 깊고 튼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저 쉽게 깨달을
것만 도모하여 아교나 칠처럼 꽉 막혀 조종(祖宗)의 위없이 오묘
한 도와 고원(高遠)한 큰 기틀을 거의 끊어지게 하였던 것이다.
다행히도 후배들 중에 견줄 수 없이 빼어나 옛사람과 짝이 될
만한 자가 있었으니,그들은 옳고 그름,이익과 손해,너와 나,취
함과 버림을 돌보지 않고 철석같은 마음으로 포기하지도 변하지
도 않을 뜻을 갖추었다.괴로움을 참고 담박한 음식을 먹으며 어
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을 향해 몸소 참구하였다.그리하여 향
기로운 자취를 계승하고 지난 세대의 고상한 가풍을 이어 인간
세상의 밝은 촛불이 되고 어두운 거리의 일월이 될 수 있었다.이
것이 내가 마음속으로 항상 갈망하는 것이다.
지금은 이미 분심을 내서 발심하려고 도모하였으니,중요한 것
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데 있다.살인을 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
지 않는 솜씨를 갖춘 종사를 교해(敎海)에서 선택하여 깨닫기를
도모한다면,어찌 제방을 초월한 자기 본심에만 보답이 되겠느냐.
또한 불법의 큰 바다에서 한쪽 손을 내미는 것이 되리라.하물며
나와 남의 구별이 끊기고 사랑과 증오를 떠난 이 문중에서는 다
만 올바른 지견을 귀하게 여길 뿐이니,어찌 누구 집안의 자식인
가를 따지겠느냐.똑같이 조계의 문하이니,무슨 저쪽 종파니 이
쪽 유파니 하는 것이 그 사이에 있을 수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