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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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 이름만 더듬은 것이 되어 버린다.그러니 다시 어느 곳에 심성
            이니 현묘함이니 이사(理事)를 붙이겠느냐.여기에 이르러선 활활

            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송이와도 같아서,선과 도를 들으면 자취
            를 쓸어버리고 소리를 삼킨다 해도 오히려 극치는 아니다.
               그런데 하물며 그 나머지인 빛과 그림자,모양과 소리,산하대

            지,노주와 등롱,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쇠칼을 쓰고 쇠고랑을
            차는 따위야 말해서 무엇 하리오.듣지도 못하였느냐.덕산은 문
            에 들어가기만 하면 방망이로 때렸으며,임제는 문에 들어가기만

            하면 대뜸 “할”하고 소리쳤으며,목주(睦州)는 있는 그대로의 공
            안[現成公案]을 자세히 살피라고 했던 것들을.그들은 이미 진흙
            탕물 속으로 들어가면서까지 노파심이 간절하였던 것이다.그리하

            여 이렇게 말하였다.“한결같이 으뜸 되는 가르침만을 제창하자면
            법당 위에 모름지기 풀이 한 길은 우거졌으리라”고.그러므로 그

            나머지의 방편문은 부득이하여 할 수 없이 그렇게 한 것임을 분
            명히 알아야 한다.이 모든 것은 위로부터 큰 선지식들이 자비를
            드리워 쓰신 것으로서,후세의 본보기로 만들어 뜻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침내는 때려부술 수 없는 팔면으로 영롱한 곳에 도달하
            게끔 한 것이다.이들은 자신만 이익되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

            까지 이롭게 하면서 다함없는 법등(法燈)을 전하고 불조의 혜명을
            이었던 것이다.
               당(唐)나라에서 5계(五季)*시대를 지나 국초(宋 초기)에 이르기
                                      3 0)
            까지,두터운 신망을 걸머지고 조사의 지위에 올라 용과 호랑이가
            달리듯 남북으로 넘나들며 사람들에게서 못과 쐐기를 뽑아 주고

            *5계(五季):5대(代)를 말하는 것으로 양(梁)․당(唐)․진(晋)․한(漢)․주(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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