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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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장직전(張直殿)*에게 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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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의 오묘한 도에 계합하려면 무엇보다도 지혜로운 상근기가
알음알이를 잊고 몸소 참구하여 방편과 경계에 떨어지지 않는 것
이 가장 옳다.당장에 무리에서 빼어나 텅 빈 마음으로 알아차려
곧바로 원명(圓明)하고 광대하게 비춰 천지를 꿰뚫고 생사의 근원
을 사무쳐서 언어문자의 표방을 벗어나야 한다.가슴속이 말끔하
여 한 생각도 생기지 않고 앞뒤가 끊겨 한 구절에서 당장에 알아
차려 알음알이를 벗어나며,진실하게 증득하여 끝내 의혹이 없어
야 한다.
옛날 칙 노덕[玄則]이 청림(靑林)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 병정동자(丙丁童子)가 찾아와 불을 구하는구나.”
그러자 그는 바로 말속에 들어가 도리를 만들어 말하였다.
“병정(丙丁)은 불인데 다시 찾아와 불을 구하는 것은,마치 내
가 부처인데 다시 가서 부처를 물은 격입니다.”
법안(法眼)스님이 궁구하여 바름을 드러내는 데 이르러서는 그
는 전혀 믿을 수 없었다.그러다가 돌연 마음에 투합하게 되었는
데,법안도 역시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운운했을 뿐이다.그가 크
게 깨달은 것은 종풍에다 증험해서 비로소 회광반조할 줄 알아
다시는 잘못된 지견을 내지 않았던 것이다.당장에 어둠에서 등불
을 만난 듯,가난한 사람이 보배를 얻은 듯하니 이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성실하게 믿으면 천만억겁토록 길이 쓰고 누릴 수 있
*직전(直殿)은 불전관리를 맡은 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