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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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라고 했는데,부득이하여 ‘일구(一句)’,‘정위(正位)’,‘정문(頂
門)’,‘금강왕(金剛王)’이라고 말합니다.이렇게 말한 의도를 알면
틀림없이 꿰뚫어 통하여,망정과 의상(意想)과 견해(見解)의 수승
한 지혜가 자연히 녹아 버리고 하루종일 넓고 너그러이 완전한
자유로움을 얻습니다.이로써 자기 자신을 수행하고 나라를 다스
리면 은택이 백성들에게 미쳐 지위와 덕망이 더욱 융성할 것입니
다.마음씀씀이는 더더욱 정대하여 그 공로에 머무르려 들지 않고
그 덕을 지니려 하지 않습니다.
만 세(世)가 한 때이고 만 년도 한 생각일 뿐이며,시방(十方)도
오히려 눈 깜짝하는 사이며 조화도 손아귀에 있습니다.다만 사물
을 자유롭게 운용할 뿐이어서 하늘땅을 뒤바꾸며 수미산을 겨자
씨 속에 집어넣기도 하고,대천세계를 세상 밖으로 던져 버리는
것이 어찌 어렵다 하겠습니까.
이미 깊이 살폈으니 그것을 바탕으로 덜고 연마하여 더더욱 역
량을 갖추어,정신을 수고롭게 하지 말고 태연히 안정되도록 하소
서.어찌 금생에서만 하고 말 것이겠습니까?앞으로 오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이를 바탕으로 하지 않음이 없겠습니다.같은 길을
가고 같은 깨달음을 증득한 사람을 만나면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말하지 않아도 계합할 것이니,이를 버리고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전하는 말에 “여래께서 가지신 밀어는 가섭
이 감추지 않았다”하였으니,이것이 바로 비밀이 되는 까닭입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