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P. 163

원오심요 上 163


               66.동감(同龕)거사에게 말씀 전합니다



               학사대부(學士大夫)들이 서로 만나 이치와 성품을 논하는 경우
            가 많은데 근본에 가까이하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즉 지견(知見)
            을 넓히고 현묘한 도리를 해박하게 섭렵하여 하늘과 인간 사이를

            꿰뚫고 3교(三敎)*를 회통하여 유교로 통일해 가지고는 그것을 저
                            32)
            술하여 후대에까지 명성을 드리우려 합니다.보건대,실천을 하면

            서 절개를 세우며 뒤로 물러나 남에게 귀기울이며 어진 행업(行
            業)을 닦기는 하나 좀 얕은 데가 있습니다.오직 두루두루 섭렵하
            여 얘기 밑천으로 삼고 남 이기기를 좋아함으로써 동료들을 굴복

            시켜 아견(我見)을 늘리는데,모두가 도를 이루기 위한 바른 씨앗
            은 아닙니다.
               그들은 비록 박맹의 무식꾼들보다는 현명하다고는 하겠으나,

            믿고 나아갈 바를 모르고 제멋대로 자기의 짧고 천박한 견문으로
            남을 헐뜯는 마음을 내어 인과를 모르고 속세의 흐름 속에 떨어
            져 들어가는 자들입니다.그러나 진실하게 마음을 비우고 자기를

            청결히 하여 괴로움을 무릅쓰고 한 걸음 물러나 알음알이를 잊고
            깨달아 실제의 경지를 밟아 6근․6진을 꿰뚫고 잔재주를 끊어 옛

            사람과 짝이 된 자들을 비교해 보면,유마대사(維摩大士)와 급고독
            장자(給孤獨長者)와 같은 부류로서 그들은 도과(道果)를 거뜬히 증
            득하고 세간․출세간을 뛰어넘었습니다.

               저 당나라 조정의 배상국(裴相國)․육긍대부(陸亘大夫)․진조상
            서(陳操尙書)․왕경상시(王敬常侍)․우양양(于襄陽)․이습지(李習之)

            *3교(三敎):유교․불교․도교.
   158   159   160   161   162   163   164   165   166   167   168